최근 유럽의 에너지상황이 심각해지고 있습니다. 독일은 최근에 수도 베를린 200여 곳의 건물과 야간조명을 최소화 하도록 결정했습니다. 무엇보다 논란이 된 것은 베를린의 관광명소인 베를린돔과 전승 기념탑을 비춰주던 조명을 소등하였습니다. 이런 명소의 조명을 소등하는 것은 베를린이 더 이상 외부의 눈을 신경쓸 여유가 더 이상 없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생각합니다.
프랑스 역시 심상치 않습니다. 만약 에어컨을 틀어놓은 가게가 문을 열어 놓는 경우, 상점주인에게 약 100만원에 가까운 벌금을 집행했습니다. 또한 공항, 기차역 등 필수 사회자본을 제외하고 야외 광고 조명도 금지할 계획입니다. 스페인도 이와 유사항 정책을 실시하도록 결정했습니다.
EU 집행위원회는 가스 에너지 공급 위기단계를 2단계'경보' 단계로 격상했습니다. EU회원국들 대상으로 에너지 절감과 가스우선 공급 가이드라인을 수립하는 동시에 가스 수요를 절감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유럽의 사안이 엄중합니다.
새로운 에너지 무기를 확보한 러시아
유럽의 러시아 가스 의존도는 40%에 가깝고 특히 독일은 60%에 육박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높은 러시아 의존도를 러시아가 역이용하고 있습니다. 지난 7월 15일 러시아 가스 국영기업 가스프롬은 독일에 공급되는 가스관 '노르트스트림'의 가스공급량을 60% 줄인다고 발표했습니다. 명목적인 이유는 캐나다에서 수리한 장비가 제때 도착하지 않아서라고 변명하지만, 모두들 유럽의 우크라이나 지원에 대한 러시아의 보복임을 알고 있습니다. 푸틴은 가스로 유럽의 분열을 조장하는 동시에, 가스가격을 더욱 올려서 우크라이나 전쟁 및 경제 제재로 인한 러시아의 손실을 만회하려고 하고 있습니다. 이후에도 러시아는 가스공급량을 줄였다 늘렸다 하면서 유럽의 불안을 조장하고 있습니다. 이제 러시아는 완전히 천연가스를 무기화하기로 결정한 것입니다.
석탄으로 대응하는 유럽
유럽의 대응전략은 많지 않습니다. 유럽은 궁여지책으로 석탄을 확보하고 있습니다. 오스트리아 정부는 7월 폐쇄했던 석탄발전소를 재가동 한다고 발표했습니다. 아이러니하게도 재생에너지 정책으로 폐쇄한 석탄발전소를 2022년에 다시 재가동 하고 있는 것입니다. 오스트리아 뿐만이 아닙니다. 네덜란드도 석탄발전소 재가동을 선언했습니다.
급등하는 가스요금과 분열하는 유럽
안타깝게도 러시아의 이러한 전략을 큰 효과를 내고 있습니다. 독일은 어쩔 수 없이 가스요금을 인상하기로 결정했습니다. 다만 그 인상폭이 심상치 않습니다. 전년보다 50% 이상 오르고 있습니다 1kWh당 가스 소비자 가격을 한화 100원 수준에서 약 240원 수준으로 인상합니다. 4인 가구기준 연간 추가 지불해야 되는 가스요금이 600만원이 넘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습니다
문제는 독일 뿐만이 아닙니다. 마크롱 대통령은 총선에서 패배하여 과반 확보에 실패하였습니다. 복합적인 이유겠지만,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프랑스 시민들은 많은 고통을 받고 있습니다. 이러한 시민의 고통이 집권여당에게 분노로 표현되며 정치적인 분열을 야기하고 있는 중입니다.
러시아의 경제상황은 호황? 불황?
그렇다면 전세계를 혼돈속에 빠트리고 있는 러시아의 경제상황은 어떨까요? 최근 예일대 경영대학원에서
러시아 경제 보고서가 발행되었습니다. 러시아 역시 경제제재로 철저하게 타격받고 있다고 합니다.
최근 전쟁으로 많은 수치가 공개되고 있지 않지만, 경제제재로 외국회사 1,000여개사가 철수했고 이는 러시나 내 일자리 500만개가 사라졌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합니다. 이로인해 생산력과 소비 모두 감소하여, 연 15~20% 감소했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이를 잘 나타내는 것이 러시아의 자동차 산업으로 최근 러시아 승용차 판매가 한달평균 10만대에서 2만 7천대로 급감했습니다. 장비부족으로 자동차를 생산하지 못하고 소비심리 동결로 차량 구매 수요가 감소한 것입니다. 여기에 천연가스 수출까지 중단하면 러시아는 수출로 벌어들이는 큰 소득이 줄어들면서 즉각적인 어려움을 느낄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결국 러시아도 사정이 좋지 못한 상황입니다. 러시아는 유럽과 겨울이 되면 누가이길 지 정해지는 치킨게임을 플레이하는 중입니다.
한국은 안전한가?
최근 에너지 수급상황은 유럽을 넘어 전세계로 퍼지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이대로가면 올해 겨울 LNG 현물가격이 역대 최고치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도 지금부터 에너지 절약을 통한 자원비축과 자원확보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러시아 뿐만 아니라 외부 악재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미국 최대의 LNG 수출기지인 프리포트LNG에서 폭팔사고가 발생하여 연말까지 가동이 불가능한 상황이며 세계 LNG 수출 1위국가인 호주도 내수가격 안정을 위해 수출 제한을 검토중입니다. 전문가들은 올 겨울 LNG 수급부족은 명약관화이기 때문에, 우리도 어서 대책마련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입니다.
러시아의 예견된 몰락
올 겨울 전세계가 에너지 때문에 고초를 겪을 것 같습니다. 그러나, 겨울이 지나고 내년이 오면 이제 모든 나라들이 러시아에너지를 대체할 방법을 마련할 것입니다. 우리나라가 중국과 일본으로 부터 수출제재를 받고 공급루트를 다각화 한것처럼 말입니다. 하지만 러시아는 주요 산업인 천연가스 공급에 있어 국제시장의 신뢰를 잃고 이전으로 다시는 돌아갈 수 없을 것입니다. 러시아의 석유가스산업은 러시아 GDP의 약 9.4%를 차지할 정도로 러시아 경제에 끼치는 영향력과 비중이 막강합니다. 물론 러시아에게는 BRICS 등 우방국가들이 있지만 러시아는 우방과의 관계를 위해 현재 중국에 천연가스를 싸게 공급하고 있습니다. 이를보면 BRICS로는 천연가스 산업의 기존 수요망을 대체하지 못할 것입니다. 아마 내년부터입니다. 러시아의 GDP 10% 짜리 산업이 붕괴될때 러시아는 다시는 과거의 영광으로 돌아가지 못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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