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인 애니메이터이자 만화가인 기 들릴(Guy Delisle)의 르포타주만화 평양을 읽었습니다.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상당히 재미있었습니다. 애니메이터로서 평양에서 근무하면서 그린 이 만화는 평양에서 감시받으며 근무하는 외국인 애니메이터가 통제되고, 제한된 시각으로 본 북한(평양)에 대해 그린 만화입니다.
르포르타주 만화임에도 불구하고 마르잔 사트라피의 페르세폴리스나 조 사코의 팔레스타인 보다는 가볍고 쉽게 읽히는 스타일입니다. 이것이 2012년 앙굴렘 국제만화제*에서 최우수상을 수상한 기 들릴 작가의 내공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한가지 아이러니 한 것은 기 들릴 작가가 우리보다 북한에 대해서 더 잘 알고 있다는 점이입니다. 저 멀리 캐나다에서 온 애니메이터 감독이 북한에 대해 상당히 많은 것을 경험하고 그것을 남한인 우리나라에 출판하여 북한이라는 나라의 모순을 알리는 것이, 북한 바로 아래 지리적으로 가장 가까운 나라에 사는 사람으로서 선뜻 받아들이기 어려웠습니다. 하지만, 2000년대 금강산 관광이 중단된 이후, 우리는 전 세계에서 북한에 한 발자국도 들어 갈 수 없는 유일한 나라가 되었습니다. 지리적인 거리는 가깝지만 실질적인 거리는 닿을 수 없을 만큼 멀리 갈라졌습니다.
책을 읽을 때는 북한의 위선적이고 바보같은 모습을 위트있게 비판하는 저자를 보며 웃었지만, 이 책의 마지막 장을 덮고 나니, 절대로 방문하지 못하는 북한을 떠으로며 왠지 서글픈 생각이 들었습니다.
르포르타주 만화 평양의 특별함
그럼에도 불구하고, 르포르타주 만화 평양은 매우 훌륭합니다. 모두 아시다시피 외국인은 평양에서 마음대로 사진을 찍을 수 없습니다. 평양에 체류하는 24시간 내내 가이드와 통역사가 외국인을 전담마크 합니다. 혹시라도 허가되지 않은 사진을 찍거나 쓸데없는 호기심을 부린다면 가이드와 통영사가 즉시 제재하거나 노동당에 신고할 것입니다. 때문에 평양을 방문한 외국인은 심지어 저널리스트 조차도 오직 허락된 건축물과 배경만 찍을 수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이 만화가 가치있고, 특별하다고 생각합니다. 사진은 필사적으로 막았지만 애니메이터의 그림까지는 막을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기들릴 작가는 다른 저널리스트들이 담지 못하는 많은 평양 이야기를 그림과 함께 생생하게 담아올 수 있었습니다. 그럼 기들릴 작가가 그려 낸 평양의 삶 중 인상깊은 내용을 함께 나누고자 합니다.
북한사람들은 이 역설을 정말 믿고 있을까요?
기 들릴 작가가 평양에 처음 도착 했을때 전담 가이드와 통역사는 "평양은 이동의 자유의 제약이 없는 나라다. 가고 싶은 곳이 있다면 언제든지 말해달라" 라고 말했주었습니다. 하지만 그 말이 새빨간 거짓말이라는 걸 깨닫는 데는 오랜시간이 걸리지 않았습니다. 저자는 매번 미행을 당했으며, 작가의 질문에는 동문서답이나 성의없는 위선 뿐이었습니다. 처음에는 기분이 나빴지만 저자는 이내 깨달았습니다. 이 들이 가지고 있는 짐들이 얼마나 버거운 무게인지 말입니다. 우리도 마찬가지지만, 북한을 방문하는 모든 외국인들은 북한을 떠날때 까지 차마 묻지 못하는 무거운 질문이 하나 있습니다. 이 질문은 하루에도 몇 번씩 저자를 감시하고 미행하는 가이드와 통역사에게 물어볼까 말까 하다 차마 묻지 못하고 속으로 삼키는 질문입니다.
"북한 사람들은 정말로 자신들을 기만하고 있는 이 나라의 거짓말들을 믿고 있을까요?"
물론 북한의 시골, 산골 구석에 살고 있는 촌사람들에게 북한 정부의 갈고 닦은 프로파간다 선전은 잘 통할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평양에서 근무하는 사람들은 다릅니다. 이들은 선택받은 사람들입니다. 걔중에는 외국여행을 하고 돌아온 사람도 있고 또 외화벌이를 위해 외국인과 일하거나 해외 출장을 다니는 사람들도 있습니다.(물론 북한은 자식을 둔 유부남만 해외출장을 갈 수 있습니다.)
이 들은 아마 본인들이 보고 온 세상의 진실을 북한사람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할 것입니다. 어쩌면 그들은 진실을 알고 있음에도 영원한 역설속에 살아가는 것입니다. 왜냐면 진실은 허망하지만, 평생을 정치범 갱생훈련소에 격리되는 위험은 실존하기 때문입니다. 이처럼 이들은 평생을 자칫 잘못하면 그대로 내려 꽂히는 칼 위에서 살고 있는것 같습니다. 저자는 말합니다.
"강압이 정도가 어느 정도 한계점에 다다르면 진실의 형체 따위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결국에 거짓말의 강도가 높아질 수록, 정부의 영향력은 더욱 막강해질 뿐이다" 라고 말입니다.
저는 이책을 읽으면서 북한이 팝아트 같다고 생각했습니다. 인위적으로 똑같은 그림을 찍어내는 팝아트 처럼 북한 정권도 당에 필요한 똑같은 사람들을 만들어 내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팝아트와 다른 슬픈점은 그들의 웃음과 흔들리는 동공 뒷편에 아무에게도 말하지 못하는 슬픈진실과 매일 마주치는 자아가 있다는 점이었습니다.
한명의 장애인도 태어나지 않는 나라
마지막으로 작가는 평양에서 오랫동안 근무하면서 단 한명의 장애인도 만나지 못했습니다. 이러한 사실을 믿을 수 없는 저자는 어떻게 장애인을 한명도 볼수 없는지 이유를 가이드에게 물었습니다. 가이드는 100% 확신에 찬 목소리로 북조선 사람들은 모두 건강하고 똑똑하게 태어나서 장애인들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아무도 이 가이드가 세뇌 된건지 세뇌된 척 하는건지 알 수 없습니다. 북한이라는 나라가 개방되던지 아니면 이대로 무너지든지 양단간에 결판이 나야 알 수 있을 것입니다.
이렇게 르포르타주 만화 평양에 대해 탐구해보았습니다
다음에는 저자의 또 다른 책을 읽어보고자 합니다. 아시아 최빈국인 미얀마에 대한 르포르타주 만화 '굿모닝버마'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갈등을 중립적인 입장에서 그려낸 '굿모닝 이스라엘'을 읽어보려고 합니다. 좋은 책을 읽고 또 탐구하고 공유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혹시 이란혁명과 이라크전쟁 속 평범한 이란 소녀의 이야기를 담은 페르세폴리스라는 만화가 궁금하다면?
앙굴렘 국제 만화제 *
앙굴람 국제만화제는 프랑스 앙굴렘에서 열리는 만화제로 일본의 코믹마켓과 이탙리아의 루카코믹스와 함께 세계 3대 만화제 중 하나입니다. 세계에 존재하는 다양한 만화를 소개하는 자리로서, 만화계의 칸 영화제라고도 불립니다.
'탐구' 카테고리의 다른 글
2022년 F/W 남자패션 트렌드 (포인트컬러와 중요 키워드!) (0) | 2022.08.07 |
---|---|
중국, 대만 전쟁과 일본의 반사이익 2 (0) | 2022.08.05 |
중국, 대만 전쟁과 일본의 반사이익 (0) | 2022.08.04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