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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영우 바램대로 돌고래 방류 정말 가능할까? (현실적인 어려움)

by 으치타치 2022. 8.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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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기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의 힘일까요? 해양수산부에서 국내 수족관에 있는 돌고래 전부를 바다쉼터로 보내는 계획을 발표했습니다. 돌고래를 바다쉼터로 보내는데 현실적인 어려움이 무엇인지 파악해보고자 합니다.

 

최근 넷플릭스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에 대한 인기가 뜨겁습니다. 배우 박은빈님이 연기한 극중 자폐 스펙트럼 장애인 변호사 우영우는 고래를 정말 좋아하는 캐릭터입니다. 단순히 좋아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수족관에서 사육되는 돌고래의 해방 등 사회활동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인기 드라마의 힘일까요? 최근 해양수산부에서 국내 수족관에서 사육되고 있는 돌고래 전부를 바다쉼터로 돌려보내기로 결정했다고 합니다. 8월 11일 조승환 해양수산부 장관은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수족관 돌고래 21마리를 모두 바다로 돌려보내는 계획을 발표했습니다. 완전한 바다 상태계로 보내는 해양방류 방식은 아니고 바다쉼터로 보내는 계획입니다.

 

여러 관련기사에서는 우영우의 목소리가 정부에 닿았다고 크게 환호하고 있습니다. 국내 수족관에서 사육되는 고래 및 돌고래는 총 21마리로 일본에서 온 돌고래가 16마리, 러시아에서 온 벨루가 고래가 5마리라고 합니다.

수족관 개체 수 종류
울산 고래생태체험관 4 큰돌고래
거제씨월드 11 벨루가3, 큰돌고래8
아쿠아플라넷 제주 4 큰돌고래
아쿠아플라넷 여수 1 벨루가
롯데 아쿠아리움 1 벨루가
퍼시픽리솜 1 남방큰돌고래
합계 22  

 

해양수산부의 계획

해양수산부의 계획은 우선 흰고래 벨루가 2마리는 2023년에 캐나다 정부가 조성한 바다쉼터로 보낼 계획이고 . 큰돌고래는 국내 바다에 바다쉼터를 조성해서 수족관에서 해방시켜주기로 했다고 합니다.

벨루가는 수온이 낮은 러시아 북극해 바다에서 사는 개체이기 때문에 드라마 우영우에 자주 등장하는 남방큰돌고래처럼 제주도 앞 바다에 방류할 수가 없기 때문에 캐나다 바다쉼터로 보내는 것 같습니다.

해수부의 계획을 요약 하자면, 벨루가는 캐나다 바다쉼터, 큰돌고래는 국내바다쉼터 방류를 계획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정말 좋은계획이라고 생각합니다. 인간이 정말 만물의 영장이라면, 만물의 영장답게 행동해야하니까요. 

현실적인 어려움

그렇다면, 벨루가를 방류하는데 있어서 현실적인 어려움은 무엇일까요?

캐나다 바다쉼터로 보내줘야 하는 벨루가 방사의 현실적인 어려움과 비용을 알아보겠습니다. 

 

가장 먼저 벨루가를 받아줄 수 있는 감사한 바다쉼터는 어디있는걸까요? 현재 캐나다의 바다쉼터는 '고래 보호구역 프로젝트' (Whale Sanctuary Project) 라는 NGO조직에서 추진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이 NGO단체의 홈페이지에 들어가보니 아래와 같이 기재되어 있습니다. "we are creating a gold-standard coastal sanctuary in Port Hilford Bay, Nova Scotia" (링크) 번역하면, "노바스코샤의 포트힐포트베이에 돌고래 바다쉼터를 조성하겠다" 입니다. 국내 많은 돌고래 NGO 환경단체들도 노바스코티아의 바다쉼터를 언급하고 있습니다. 

 

그러면 노바스코티아의 바다쉼터는 어디 있는걸까요?

노바스코티아-위치-지도-입니다
노바스코티아-위치-지도

위에 빨갛게 표시한 곳이 노바스코티아 입니다. 아뿔사 하필이면 대서양 쪽입니다. 태평양쪽이면 훨씬 수월했을 것 같은데 하필 안타깝게도 캐나다 NGO는 돌고래 바다쉼터를 북대서양에 지었습니다.

아마도 고래가 가장 행복하게 지낼 수 있는 곳을 선택한 것 같습니다. 그러면 우리는 이제 한반도에 있는 벨루가 5마리를 살아있는채로 북대서양으로 옮겨야 합니다. 벨루가를 옮기는 유일한 방법은 하늘길 뿐입니다.

벨루가의 건강 이슈를 제외하더라도, 파나마 운하는 수온 문제, 베링해 & 북극해는 해빙때문에 운송에 적합한 바다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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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길의 어려움

벨루가를 하늘길로 옮기는 건 쉬운일이 아닙니다. 2019년 중국 상하이에서 아이슬란드 바다쉼터로 이사간 두 마리의 벨루가 Little Gray와 Little white 사례를 보면 얼마나 어려운지 알 수 있습니다.

일단 룩셈부르크 화물항공사 Cagolux사는 벨루가 2마리를 안전하고 빠르게 옮기기 위해 747 항공기 1대를 무료로 빌려주었습니다. 게다가 각 영역의 전문가들이 모여서 벨루가 이송만을 위한 사전준비에 1년을 투자하였습니다.

 

운송 과정은 정말 복잡하고 험난했습니다. 먼저 트럭으로 53km (창펑 아쿠아리움 → 상하이공항), 비행기로 10,165km (상하이 아이슬란드), 트럭으로 174km (공항에서 훈련장까지), 마지막 페리로 14km(항구에서 바다쉼터까지) 총 10,406km를 이송했습니다. 엄청나고 복잡한 여정입니다. 물류과정이 길고 복잡해지는만큼 수송비용도 함께 증가합니다. 게다가 벨루가는 수송과정 내내 특별 제작된 수조 케이스가 필요하며, 모든 운송과정에 전문가가 함께 해줘야 하기 때문에 물류비용 외 추가비용도 만만치 않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대한민국에서 캐나다 노바스코티아의 여정도 위와 비슷할 것으로 생각됩니다.

참고로 예전에 제주남방큰돌고래 제돌이 방류시에 소요된 수송비용이 1억원이었다고 합니다. 서울에서 제주도까지 거리는 455km 입니다. 하지만 서울에서 캐나다의 거리는 8,443km 입니다.  단순계산하면 18.5배, 즉 수송비만 19억원에 가까운 돈이 소요될 수도 있습니다. ( 벨루가 5마리를 수송해야 해서 추가비용이 발생하는 것은 반영하지 않았습니다)

 

사육, 유지비는 어떡하지?

2019년 두 마리의 벨루가를 아이슬란드로 보낸 Sea Life Trust 홈페이지에 들어가면 커다랗게 써있는 문구가 있습니다.

 

"Caring for our first resident whales; Little Grey and Little White, costs our charity £37,400 / $45,000 a month, which includes their food, daily care and monitoring from the dedicated animal care team, maintenance and essential health checks from specialist veterinarians." (링크)

 

2마리의 벨루가를 돌보는데 월 45,000달러가 소요되고 있으니, 기부를 부탁한다는 문구입니다.

한화로 바꾸면 월 5,800만원입니다. 해양수산부의 계획에 따르면 한국에서 보내야 하는 벨루가는 총 5마리이기 때문에 2.5배 규모의 비용이 추가로 소비될 것으로 생각됩니다. 벨루가를 바다쉼터에 보냈을때 발생하는 비용은 2마리 기준(월 5,800만원, 연간 7억원)에서 2.5배을 추가해야 합니다.

즉, 월 1.5억원, 연간 17.4억원이 필요합니다. 이 돈은 벨루가 5마리가 편안한 임종을 맞이할 때까지 필요한 비용입니다. 참고로 벨루가의 수명은 35년입니다. 10년을 기준으로 계산하면 174억원, 운송비까지 생각하면 200억원에 가까운 예산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현재, 해수부가 바다쉼터 조성관련 타당성 조사용역을 위해 신청한 예산은 2억원으로 현재 기재부 검토중이라고 합니다. (해수부가 잘못 되었다는 말을 하는게 아닙니다.) 해수부는 수산,어촌,항만을 관리하는 부서입니다. 지금 예산도 빠듯할 텐데 벨루가 예산을 추가로 배정받기 쉽지 않을 것입니다. 우리가 낸 혈세를 그만큼 신중히 집행하는 부서라고 생각합니다. 

 

재원보다 사회적 합의가 먼저 필요합니다.

돈이 많이 필요하니 보내지 말자! 라는 뜻은 아닙니다. 생물의 가치를 돈으로 논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많은 금액이 필요한 만큼 충분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합니다. 사회적합의 없이 진행하면 예산집행의 적절성에 대한 많은 논란이 발생할 것입니다. 먼저 지금 벨루가는 사기업 소유로 되어 있습니다. 생물을 소유물로 논하기는 싫지만, 아마 회계적으로는 가축과 유사한 기준에 맞춰 자산으로 등록되어 있을 것입니다.

 

아무리 정부가 마음을 먹었다고 해도 자본주의 사회에서 "고래가 불쌍하니까 놓아주세요" 라고 지시할 수는 없습니다. 위의 기업에서 벨루가를 컨텐츠로 돈을 벌고 월급을 받아서 가족을 부양하는 직원들도 있습니다. 게다가 대기업과 연계된 2차, 3차 유관업체의 직원과 가족들도 있습니다. 대부분의 아쿠아리움이 지방에 입지해 있기때문에 무턱대고 진행하면 지역경제에 악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때문에 기업과도 충분한 합의와 설득이 필요합니다. 기업의 자산을 방류하는 것이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협조하는 기업의 경우에는 경영상황이 정상화 될 때까지 특정 세금을 면제 해주는 혜택을 줄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사회적으로 충분히 합의할 수 있으면 대국민 모금 혹은 기업의 후원을 통해서 기금을 마련할 수도 있습니다. 

 

저는 돌고래 방류를 위한 사회적 첫발을 함께 내딛은 것에 박수를 쳐 주고 싶습니다. 쉬운 길은 아니겠지만, 세계에 자랑스러운 사례를 함께 만들어 갔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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