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에 대한 논란이 많습니다. 논란의 이유는 다양합니다. 어떤 특정한 젠더 사상을 표현했다. 또 어떤 이슈 정치인을 기리는 작품이다. 작가의 정치성향이 어떻데? 왼쪽이다 오른쪽이다. 말이 참 많습니다. (저는 철학도, 정치도 잘 몰라서 그런 부분을 리뷰하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다만 제가볼때 우영우 12화가 논란인 이유는 사상, 정치가 원인이 아닙니다. 첫번째, 전개가 허술하고 논리적 비약이 심해서, 둘째, 재미없어서 입니다. 만약 완성도가 높고 재미가 있었다면 오히려 높은 완성도 속에 철학과 정치사상을 담아낸 수작이라는 평과 함께 박수갈채를 받았을 것 입니다.
하지만 12화는 완성도가 심각하게 떨어집니다. 스토리의 앞뒤가 맞지 않고 설득력이 없습니다. 어떤 부분에서 그렇게 느꼈는지, 리뷰하고자 합니다. (참고로 저는 1화부터 웃고 울면서, 드라마를 몰입해서 봤습니다. 억지로 비판하기 위해서 포스팅을 쓰는게 아님을 먼저 말씀드립니다.)
여기서 부터는 완전히 시나리오를 스포하게 됩니다. 우영우 12화를 안보신 분은 뒤로가기를 눌러주세요.
1. 삼류도둑 권민우가 되어버린 권모술수 권민우
권민우는 제가 제일 좋아했던 캐릭터였습니다. 물론 하는짓도 밉상이고 우영우만 괴롭히는 얄미운 캐릭터입니다. 하지만 제가 권민우를 좋아했던 이유는 이 드라마에서 권민우만 유일하게 입체적인 캐릭터이기 때문입니다. 이 드라마는 입체적인 캐릭터가 없습니다. 순도 100% 착하고 똑똑하기만한 정명석 변호사, 장애인에 대한 차별없이 우영우만 100% 사랑하는 아가페 이준호, 시기질투 없이 우영우를 이해하고 아껴주는 봄날의 최수연, 오직 우영우만 믿고 지켜주는 친구 동그라미 등 모든 캐릭터들은 단 1가지 완벽한 면만 보여줍니다.
모든 캐릭터들이 이미 완벽하기 때문에 더 이상 성장 여지가 없습니다. 정명석 변호사가 더 똑똑해질 수도 없고 동그라미가 더 이상 의리있어 질 수 도 없습니다. 즉, 시나리오가 없는 조연 캐릭터들입니다.
하지만 권민우 변호사는 부족하지만 성장이 가능한 조금 더 입체적인 면을 보여줬었습니다.
권민우 변호사는 장애인 우영우를 무시하지만 또 동시에 우영우의 능력을 시기하고 질투합니다. 하지만 E9. 피리부는 사나이편에서는 아이들에게 장난을 치는 선한 모습도 보여줍니다. 즉 이 드라마에서 오직 권민우 캐릭터만 성장하는 시나리오가 적용 가능한 아직 여지가 있는 입체적인 캐릭터 입니다.
저는 E9 피리부는 사나이에서 아이들에게 장난을 치는 권민우 변호사를 보면서 이제 권민우 변호사의 성장 스토리가 나오겠구나 하며 기대했습니다. 하지만 권민우 변호사는 E12 양쯔강 돌고래에서 3류 악당으로 전락해버렸습니다. 태산까지 찾아가서 태수미와 단판을 짓던 야심과 패기가 넘치던 권민우 변호사는 좀도둑으로 돌변해버렸습니다.
E12에서 권민우는 우병우 변호사를 곤경에 빠트리기 위해서, 회사의 기밀 서류를 우병우 변호사 이름으로 몰래 상대변호사에게 발송합니다. 이 작전을 위해서 권민우 변호사는 우병우 변호사 사무실에 잡입을 감행합니다. 잠입하는 과정에서 목격자 최수연에게 발각되었지만, 우리 삼류도둑 권민우 변호사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대담하게 우영우 변호사 사무실로 잠입합니다. 그리고 나서 권민우 변호사가 우영우 변호사에게 출력해 준 법률 의견서 사본을 훔칩니다? 네 권민우 변호사가 출력해 준 그 사본 의견서 입니다. 그냥 다시 출력하면 될 것 같은데.. 우리 권민우 변호사는 훔치기로 결정했습니다. 정말 아연실색하게 만드는 엉터리 전개입니다. 제가 이 전개가 말이 안되는 이유를 자세히 적어보겠습니다.
먼저, 권민우 변호사는 변호사의 비밀유지 의무를 너무나 쉽게 위반하였습니다 이는 소속로펌에 큰 피해를 안겨줄 수 있었으며, 권민우 변호사 개인의 커리어에도 심각한 데미지를 줄 수 있는 행동이었습니다.
또한 당연히 변호사의 비밀유지누설은 범죄행위로써, 3년이하의 징역등의 처벌을 받을 수 있는 행동입니다.
구글링만 해도 나오는 형법을 권민우 변호사는 왜 몰랐을까요? 아니면 전과자가 된다고 해도 우영우에게 복수만 하면 되는걸까요? 아니면 혹시 권민우 변호사는 이러한 행동이 완전범죄라고 생각했을 수 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건 더 말이 안됩니다.
회사에는 당연히 수십대의 CCTV가 있습니다. 회사를 다녀본 사람은 누구나 알겠지만 회사에서 CCTV를 피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입니다. 권민우 변호사가 잠입하는 과정은 당연히 녹화되고 있으며, 심지어 목격자(최수연)에게도 발각되었습니다. 게다가 권민우 변호사는 이용자의 흔적이 기록되는 회사복합기로 출력해준 의견서를 다시 훔칩니다. 왜 다시 출력하지 않고 훔쳤을까요? 이유는 알 수 없지만 어쩌면 그게 더 악당같이 보여서 훔치기로 한 것 같습니다.
권민우 변호사가 훔친 의견서는 퀵서비스나 등기우편 등으로 상대 변호사에게 전달되었을 것입니다. 모두 이용기록이 남을 수 밖에 없습니다. 이렇게 힘들게 범죄행위를 한 권민우 변호사 정말 고생했습니다. 근데 이게 과연 우영우 변호사에 타격을 주었을까요? 우영우 변호사는 본인은 모르는 일이라고 말하고 경찰에 신고할 것입니다. 이후, 경찰이 내방해서 CCTV와 최수연 변호사 증언확보하면 바로 잡히는 허술한 트릭입니다.
이 모든 짓을 한 사람은 동네 좀도둑이 아니라 대형로펌 엘리트 변호사입니다. 누구보다 법에 민감하고 완벽한 범죄를 꾸며야 할 권모술수 캐릭터는 좀도둑으로 격하되었습니다. 캐릭터의 앞뒤가 하나도 맞지 않습니다.
차라리 권모술수란 별명에 어울리게 사내 여론을 악화시켜 암묵적인 차별로 우영우를 괴롭히면 어땠을까요?
우영우가 아무리 뛰어난 변호사여도 여전히 소수이고 다수 앞에 무력한 존재인걸 보여줬다면 조금 더 설득력이 있었을 것 같습니다. 게다가 고등학교때와 비슷하게 곤경에 몰린 우영우를 이준호가 도와준다면 작가가 넣고싶어서 안달이 난 러브라인도 더 설득력있게 전개할 수 있었을텐데 참 아쉽습니다.
2. 단순한 선악에서 오는 지루함
12화의 두번째 문제는 노사문제에서 선악을 지나치게 단순화한 것입니다. 인사과 부장은 당연히 악당이고, 해고당한 사람은 당연히 착하고 약한 피해자 입니다. 전형적인 클리셰입니다. 너무 진부합니다. 하지만 사실 여기까지는 괜찮습니다 클리셰가 진부하긴해도 나쁜건 아니니까요, 하지만 12화의 문제는 클리셰를 어설프게 꼬아보려고 합니다. 일단 주인공이 약자편이 아니라 강자, 악당편에 섭니다. 그리고 그 모순속에서 괴로워합니다. 이 시점에서 우리는 우영우 변호사의 정의로운 어떤 액션을 걱정 속에 기대하게 됩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우영우의 엑션은 없었습니다. 극 중 이준호의 한마디 "큰 로펌이 그래도 공익변호 많이 합니다" 로 갈등은 맥빠지게 해결되어 버립니다. 결국 아무런 카타르시스를 만들어 내지 못했습니다. 안타깝지만 실패한 시나리오라고 생각합니다.
이와 정반대로 노사문제로 카타르시스를 만들어낸 드라마가 있습니다. 바로 마트의 부당해고에 관한 이야기 '송곳'입니다. 송곳에 등장하는 부당해고 피해자들은 착하지 않습니다. 그들은 시시한 욕심쟁이들입니다. 시청자들은 그들을 동정해서 도와주고 싶다가도 얄미워서 싫어집니다. 이런 혼란속에서 괴로워하는 주인공(시청자)에게 작가는 말합니다. "우리가 지키는 건 인간입니다. 비겁하고 구질구질하고 시시한 인간입니다. 선한 약자를 악당으로부터 지키는게 아니라 시시한 약자를 위해 시시한 강자와 싸우는 겁니다" (영상)
시청자들은 이 장면에서 그들 역시 나와 같은 평범한 사람이란걸 깨닫습니다. 나도 저 자리에 있으면 저들과 별반 다르지 않다는걸 깨닫습니다. 이런한 과정을 통해서 시청자들은 극 중 캐릭터들에게 몰입하고 카타르시스를 느낄 수 있게 됩니다.
만약 악당으로 표현된 인사과 부장도 결국 월급쟁이 가장으로 우리와 똑같은 평범한 약자로 표현했으면 어땠을까요? 먄약 시시한 약자끼리의 싸움이었다면 조금은 더 쉽게 몰입할 수 있었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인사과 부장이 해고되는 엔딩도 조금 더 쉽게 이해할 수 있었을 것 같습니다.
3. 말이 안되는 엉터리 전개 (또 도둑질?)
12화의 클라이막스 장면은 상대편 변호사가 회사의 실수를 인정하는 결정적인 증거를 제출하는 장면입니다.
원래는 좀도둑 권민우가 보내준 증거를 제출해야 하는데, 상대편 변호사는 다른 증거를 제출합니다. 반전입니다. 바로 말이 안되는게 반전입니다.
이 증거를 구해온 아니 몰래 훔쳐온 사람은 다름아닌 그 회사의 여직원입니다. 세상에 또 도둑질입니다. 작가는 정말 도둑질을 좋아하는 것 같습니다. 회사에 재직중인 여직원이 회사의 서류를 몰래 훔쳐서 상대방 변호사에게 몰래 줬습니다. 정말 아연실색하게 만드는 허술한 전개가 또 나왔습니다.
앞서 말씀 드렸다시피 회사에는 정말 수십대의 CCTV가 있습니다. 아마 이 여직원은 12화의 재판이 끝나면 아마 형사재판으로 다시 입건될 것 같습니다. 남편이 대장암 치료를 받는 와중에 외벌이로 남은 아내가 회사 서류를 도둑질 하다니 믿을 수 가 없습니다.
한술 더 떠서 상대 측의 인권변호사는 우영우 변호사가 보내준(?) 서류는 걱정되서 사용하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남편의 대장암 투병을 간호하는 외벌이 여직원의 도둑질 증거는 제출합니다. 마치 정의로운 도둑질을 인권변호사가 장려한 모습입니다.
4. 도대체 왜 이렇게 된걸까?
우영우 12화는 왜 이렇게 완성도가 떨어졌을까요? 제 추측입니다만, 제작진이 하고 싶은 말이 너무 많았던 것 같습니다. 제작진은 가부장적 회사문화도 고발해야 하고, 돌고래도 보호해야하고, 도시농업도 알려야되고 또 러브라인도 진행 해야하고, 정명석 변호사의 두려움도 담아내야 했습니다. 그러다보니 60분 남짓한 러닝타임이 부족했던 것 같습니다. 빠듯한 러닝타임 속에서 사건을 전개해야 하니 허술하게 진행할 수 밖에 없었던 것 같습니다. 피고와 원고에 대한 통찰과, 권민우의 내적 고민이 들어갈 자리에 대신 돌고래보호가 들어갔고, 가부장적 사회의 부당함이 들어갔습니다. 제작진의 철학은 존중합니다만, 법정드라마는 치열한 법적공방을 다루지 못하면 드라마가 힘을 잃습니다. 부디 13화 부터는 다시 탄탄한 스토리 속에 치열한 법정공방이 살아났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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